어떻게 누드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나?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여성 노동의 성매매적 요소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여기에 좀 더 정확한 이해와 인식을 위해 2013년 여름부터 시작했다.
실제로 겪은 누드모델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생각보다 누드가 쓰이는 곳이 많다. 미술이나 사진 작업 외에 의료상의 촬영이나 단편영화의 단역, 오페라 공연에 섭외된 사람도 있다. 시작하기 전에는 성적인 요소가 있어 성희롱이나 추행에 노출된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럴 겨를조차 없는 육체노동이었다.
누드모델에 대한 관심은 언제 처음 생겼나?
대학교 2학년 때 사귀던 언니의 라이브 공연에서 미술 퍼포먼스를 본 적이 있다. 그때 퍼포먼스를 했던 사람이 누드모델 일을 한다고 해서 관심이 생겼다. 전부터 누디스트 문화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관심을 갖고, 일을 하면서 ‘누드’라는 단어에 대해 나름의 정의가 내려졌나?
존 버거의 말을 빌리면, ‘누드는 복장의 한 형식’이다. 그런데 정의를 내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누드라는 단어는 분명히 사전에 정의되어 있지만, 대부분 사람이 ‘누드’ 하면 젊은 여성의 신체를 떠올린다. 야하다는 인식과 함께. 왜 사람들이 누드를 야하다고 인식하고, 젊은 여성의 신체를 먼저 떠올릴까? 아무래도 상업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이용하고, 반복적으로 주입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고대부터 이어져온 서양화에 주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거나 음란물로 소개한 역사가 있지 않나. 재미있는 건 원래 누드모델은 남자의 영역이었다는 거다. 누드는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에서 생긴 장르인데, 그때만 해도 종교적이거나 이상적인 것을 표현하는 도구였다. 그래서 주로 남자의 신체를 이용해 신을 묘사하는 데 쓰였다. 그런데 근대 이후 등장한 서양화에 여성이 등장하면서 지금의 인식을 만든 거다.
지금의 인식 속에서 누드모델 일을 하는 젊은 여성으로 사는 건 어떤 건가? 그리고 당신은 페미니스트이자 레즈비언이다. 언제나 선입견이나 불편한 시선과 마주해야 할 것 같은데.
좋다. 레즈비언이나 누드모델이어서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넘치는 사회라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다. 내가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나 싶다가도 일단 내 삶부터 잘 꾸리고, 주변부터 바꿔나가자는 생각에 참곤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혹은 서울에서 무엇보다 ‘누디’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
시선의 문제는 평등한 것 같지만, 사실 낙차가 존재한다. 남성이 여성을 응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것이 이런 낙차다. 예를 들어, 누드라는 단어가 쓰이는 맥락에 대해 조금 더 고려되었으면 한다. 광고나 영화, 게임 등에서 벗는 여성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생각하면서, 어떤 알몸은 너무나 불편하게 여긴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성 소수자의 노출은 음란하다며 비난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중적 축제의 노출은 훨씬 심하다. 누드라는 단어는 이런 낙차를 은폐한다. 우리 사회에서 용인되는 것과 금지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투명하게 직시했으면 한다. 나는 이런 낙차를 거스르는 작업을 하고 싶다. 나에게는 페미니즘, 레즈비어니즘이 그렇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