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택시기사 같은 일회성 마주침 포함) 레즈비언 커밍아웃을 한다.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이성애자로 전제하고 건네는 스몰토크에는 거짓으로 답하지 않는다. 요새는 운전연수를 받고 있는데, 연수 강사님(40대 남성)이, 부모님이 서울에 계시는데 왜 자취하냐고 묻길래 “동거하느라 집 나왔다가 헤어지고 다시 못돌아갔어요.” 했더니 혼자서 납득하곤 “남자한테 상처받고 페미니스트가 된 거에요?” 라고 물었다.(페미니스트 커밍아웃은 만나고 1초만에 했음. 여자 운전자 욕하길래..) 그래서 저는 레즈비언이고, 남자는 싫어할 만큼의 관심도 기대도 없다고, 한국에서 두 성별이 서로 탓하면서 싸우는 건 사실 서로를 너무 원하기 때문이라고 나의 이론ㅋ을 설파했다. 강사님은 그저 혼란스러워 보였음ㅋㅋㅋㅋ 침묵속에 연수가 이어졌는데 오늘따라 코스 난이도가 상당했고.. 내가 “선생님 지금 제가 페미니스트라서 괴롭히려고 이 코스 도는거죠?” 라고 농을 쳤다. 둘다 빵터졌고 대화도 연수도 어찌어찌 잘 마무리하고 귀가. 애인은 한번보고 말 사이에 너무 TMI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이마트 캐셔 붙들고 커밍아웃 한 적도 있음. 암튼 걍 세상을 다 바꿀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만나는 사람한테는 성소수자가 이렇게 살고 있다고 태연하게 알리는 것이 내가 택한 실천의 방식임.
첨언하자면, 사랑하니까 싸우는 거다=싸우는 건 바뀔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라는 아이디어는 울 엄마의 한탄에서 얻었다: “난 니네아빠랑 말 섞고 싶지도 않아.”
(2021년 10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