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퀴어영화제 다큐멘터리 “모가나” GV의 일부

2021 한국퀴어영화제 중 다큐멘터리 “모가나” Q톡(GV)의 일부를 남겨둠.

“(모가나가 퀴어하다면 어떤 부분에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우리 사회에서,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문명 사회에서 섹스를 남녀 사이에, 일대일 그것도 비슷한 연령과 어떤 표준 범위 내에 체중을 가진, 같은 인종 사이에, 이런 여러 가지 기준들이 있잖아요. ‘정상’이라고 부르는. 근데 모가나 같은 경우는 일단 그녀의 나이, 그리고 바디 사이즈가 플러스 사이즈라는 것, 그리고 중년 여성이 성적인 것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그걸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퀴어한 것 같아요. 왜냐면 우리가 퀴어라는 단어를, 성소수자만을 가리키려고 쓰는 단어는 아니잖아요 원래는. 규범적이지 않고, 설명하기 어렵고 이런 것들을 퀴어하다고 불렀으니까. 어원 자체가. 그런 면에서 모가나도 되게 퀴어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정상이라는 게 참 웃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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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페미니즘은 소문자 f로 시작해 복수형 -s로 끝난다(미완)

모 잡지 기고 거절당한 글 서문 백업.

(가제)페미니즘은 소문자 f로 시작해 복수형 -s로 끝난다

“페미니즘은 소문자 f로 시작해 복수형 -s로 끝난다.”는 말은 이제 원출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널리 퍼진 문장이다. 페미니즘은 (대문자 F로 대표될 수 있을 정도로) 합의된 개념이 아니며, 사회의 근본 모순을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지부터 운동의 주체를 누구로 설정할 것인지까지 수없이 다양한 ‘노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제, 주체, 지향, 전략 등 몇 가지 지표를 통하여 페미니즘의 세대(물결)나 계보(갈래)를 구분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구분 안에서조차 페미니스트들은 언제나 서로에게 동일성보다 차이를 발견하곤 한다.

최근 한국의 페미니즘은 거칠게 이름 붙여진 ‘교차성 페미니즘’과 ‘래디컬 페미니즘’으로 양분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명명의 적절성을 논하는 것1)과는 별개로, 양자 모두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와 지형 속에서 그 위치를 짚어 보아야 한다 :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한 역사는 짧지 않다. 1913년 ‘송죽회’로부터, 가깝게는 1970년대의 여성학 학제화, 1980년대의 여성운동단체 조직, 1990년대의 성희롱 의제화와 출판문화운동, 2000년대의 호주제 폐지ㆍ반성폭력ㆍ성정치ㆍ사이버 문화운동까지, 한국 여성운동은 사회적 변화에 발맞추어 정치세력화와 대중화를 고민하며 발전해왔다. 민족ㆍ민주ㆍ민중 운동의 맥락 속에서 법 개정을 주요 목표이자 전략으로 삼은 한국의 여성운동은 태생적으로 외연과 확장성이 넓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10년대 중반을 대중적 페미니즘 ‘물결’의 분기점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다수 존재한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된 해시태그 릴레이2),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에 응답한 포스트잇 추모 시위, ‘4非 운동3)’ㆍ‘탈 코르셋’ 실천4), ‘혜화역 시위5)’, 낙태죄 폐지 운동 등 다양한 의제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은 급격히 대중화되고 분화하였다. 시민단체로 조직되고 노동조합ㆍ정당으로 대의되는 대신 개인 미디어를 이용하는 ‘직접 말하기’ 세대의 여성들은 기존의 여성운동을 기득권과 결탁한 ‘적폐’로 규정하며 자신들을 ‘랟펨(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명명하였다.

‘시대정신’이 된 페미니즘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2018년은 ‘미투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지현 검사는 2018년 1월 검찰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로 권력형 성범죄 피해 고발의 흐름을 촉발시켰다. 2016년부터 연달아 알려진 문학계ㆍ예술계ㆍ교육계 등 각 분야의 성폭력 피해 고발의 맥락에서 서지현 검사의 미투가 ‘최초’라고 볼 수는 없으나, 검사라는 지위를 가지고도 성별을 근거로 한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성폭력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기본값(디폴트)’이며, 수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고도 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면 위로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된다.

최영미 시인ㆍ서지현 검사ㆍ김지은 씨의 미투(성폭력 피해 고발)와 박원순 서울시장ㆍ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으로 여성폭력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하고 핵심적인 의제로 자리매김했다.

(업데이트 예정)

1) 최근의 대중적 페미니즘(‘교차성 페미니즘’과 ‘래디컬 페미니즘’)들은 성별 권력의 불균형을 사회의 ‘근본 모순’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급진주의 페미니즘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연대의 확장성과 변혁 주체 설정의 문제에서 차이가 있기에 양자를 각각 ‘확장적 (급진)페미니즘’과 ‘배타적 (급진)페미니즘’으로 명명하기를 제안한다. (현재 ‘래디컬 페미니즘’이라고 자칭하는 일군의 경향은 ‘생물학적’ 성별을 본질적이고 고정적인 속성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성 본질주의 페미니즘이라고도 명명할 수 있다.)

2) ‘# OO계_내_성폭력’, ‘#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 등

3) 섹스ㆍ연애ㆍ결혼ㆍ출산을 거부하는 캠페인

4) 화장ㆍ치마ㆍ하이힐 등 성별화된 꾸밈 노동을 거부하는 캠페인

5) ‘H대학교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으로 촉발된 디지털 성범죄 편파수사 규탄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