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되지 않았습니다

2018년 10월 22일은 ‘오늘부터 1일’이라는 관용어에 부합하는 날은 아니다. 그 날은 상봉동 버스터미널 근처의 참치집에서 번개로 처음 만난 날이다. 함께 담배를 피러나와 둘이 있게 된 자리에서, 뭐하시는 분이냐고 묻는 내게 애인은 나무를 인두로 태워 그린 반려동물 초상화 사진들을 보여줬다. 나는 키우던 강아지 이야기를 하며 나도 하나 주문하고 싶다고 대답했는데, 집에 와 그녀가 알려준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그건 그냥 초상화가 아니라 유골 보관함이었다.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정정하지 않았던 모습이 생각나, 다음에 만날 때는 조금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애프터가 오기도 전에 김치국을 마셨다는 말이다.

이틀 뒤 회기동에서 첫 데이트를 했고, 그날 밤 언니 집에 따라갔다. 짐짓 술에 취한 척 하며, 오래도록 고양이를 무서워 했다는 사실을 감추고, 고양이 엄청 좋아한다는, 애기들 보고 싶다는 개구라를 치며 쫓아들어간 집이었다. 언니 침대는 기숙사 이층침대같이 좁았는데, 우리는 거기서 헤드윅의 로고처럼 겹쳐서 잤다.

다음 날도 출근인, 외박 계획이 없었던 평일이라 새벽같이 일어났다. 부스럭대며 스타킹을 신는데 언니가 같이 일어났다. 신내동 종점에서 필운동 본가를 찍고 회사까지 데려다 줬던 그 아침을 언니는 아직도 기적이라고 부른다.

일주일 정도였나, 그 이후엔 내내 나의 ‘당’(그 ‘밀당’ 맞음)이 이어졌다. 언니가 목수라는 직업을 소개할 때 부터 나는 결혼을 마음먹었는데, 첫 섹스를 하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사귀자는 말을 못 들었으니 유교걸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느 이자카야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던진 내 구애에도 언니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자존심이 확 상해 술집에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상봉에서 종로까지 가는 길은 내부순환로를 타는 게 가장 빠르다. ‘내부로 갈까요?’ 라고 묻는 기사의 말에 나는 ‘네’ 했다가 바로 ‘아니, 시내로 가주세요’ 라고 정정했다. 언니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돌아오라고 연락하면 빠르게 차를 돌려 그녀에게 안길 수 있도록.. 그렇게 시내를 꽤나 오래 가다가.. 내가 먼저 전화를 했고.. 이것은 우리 관계의 패턴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10월 22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정확히는 10월 22일 저녁 9시 정도, 내가 언니를 처음 본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시작이라고.

(2021년 10월 24일)